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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책 이야기33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SNS에서 익히 들어서 알았어요. 뉴스는 아니고요 :)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읽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아주 잘 썼다고 하긴 아리송한 경계의 텍스트입니다. 예쁜 문장도, 날렵한 문장도 아니고, 음, 동서남북 중에는 담백한 쪽이라고 해야 할까요. but. 글쓴이는 소설가도 시인도 아닌 직장인이잖아요. 기승전결도 예쁘게 다듬었고, 챕터마다 겹치는 내용도 없었어요. 같은 직장인으로서 퇴근 후에 앉아서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였을 모습을 생각하면 '-'! 그저 잘 썼다는 감탄이 먼저 나옵니다. ㅎ 퇴근 후 글쓰는 누군가를 저는 매우 동경하면서 읽었고요, + 무엇보다 책장이 잘 넘어갑니다. 동성애자의 연애 이야기를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만나는 건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거기에 결혼식 과정이라니, 모르고도 .. 2021. 8. 30.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 이길보라 / 문학동네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기억한다. 나와 다를 것으로 생각했던 편견이 무너지고, 어느 부분은 부족할 것이라고 짐작했던 공백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던 '청각 장애인'의 세계. 다큐멘터리 감독 이길보라는 그들의 딸로, 그들과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코다, 그리고 다시 영화의 감독으로 앵글을 잡았다. 어릴 때부터 부모를 대신해 부동산과 통화를 하고, 어려운 문장을 말하고 다시 수어로 번역을 해야 했던 경험들, 아이는 빨리 어른이 되었고, 또래보다 더 먼저 정규 교육과정을 떠나 세상으로. 길로 떠났다. 독립영화감독. 탈학교청소년, 홈스쿨러, 미성년 시기에 홀로 훌쩍 떠난 아시아 8개국 여행. 대단한 사람인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에세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고등학교 때였나. 한 언니.. 2021. 5. 10.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_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 김현지 저 / 다산북스 읽히기 위해 태어난 책이 있고, 기록되기 위해 태어난 책이 있다. 이 책은 명백히 후자지만, 어느 책보다도 널리, 그리고 많이 읽히기를 희망한다.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_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 김현지 저 / 다산북스 고백하건대 잘 읽히지 않았다. 보통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거나 앞뒤가 없는 이야기여서 그런 책은 아니었다. 너무 '잘' 알고 있는 이야기여서 그러했다. 나는 병원 원무과에서 일하고 있다. 병원의 히스토리, 환자들의 사연들, 그들이 의사에게 하는 거짓말들, 퇴원 그 이후의 이야기를 더 쉽게 접하게 된다. 그러니 환자들의 이야기, 그들이 빈부 격차에 따라 어떤 대접을 받고 있고, 여러 제도가 얼마나 제한적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읽지 않아도 .. 2021. 5. 9.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_ 요조 산문 「마음산책」 출판사 마음산책을 알게 된 것은 독서모임의 은비님을 통해서였다. 하얗고 귀여운 은비님은 나를 매우 잘 챙겨주는데, 뻔뻔히도 나는 그녀가 건네는 초대 중 절반을 거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더불어 나도 (한창 초대 공연을 보러 다닐 때) 매번 그녀를 호출하고 거절당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굳이 우리를 칭하자면 호의와 거절을 핑퐁처럼 주고받는 사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어쨌든 나머지 절반은 수락하는 사이다. 2년 전, 그날도 은비님은 '애정하는 출판사 행사가 있는데 한번 와볼래?'라고 말했고, 무념무상으로 오케이 사인을 한 나는 갑자기 불이 꺼진 작은 강당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때의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엉겁결에, 이건 뭐지, 영화라구?!’였다. 아니 왜 출판사에서 영화를 틀어줘? .. 2021. 2. 6.
병명은 가족 _ 류희주 저 「생각정원」 올해는 좀 읽어보자! 라는 마음에 서평단을 신청했습니다. (저는 읽다 쉽게 포기하는 스타일 입니다. 어찌어찌 모임의 방장이 된 것은 다정한 회원님들의 관대함 덕분이죠. :>!) 사실 두세곳에 신청서를 냈으나, 저의 비루한 리뷰 실력을 알아본 탓인지 당첨자 명단에는 한 번도 아이디를 내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저의 마수에 걸려든 불운의 책이 있었으니…. 바로 ‘병명은 가족’입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최근 보도되었던 정신질환자들의 강력범죄 기사들이었죠. '그래 이 사람들 ㅇㅁㅇ 어떤 사연이 있었을 거야. 어떤 불운한 과거나 말로 다하지 못할 무시무시한 부모 밑에서 자란 걸지도 몰라!!' 제목만으로 스토리를 예측했던 저는 이상한 부모와 아프게 자란 아이들을 상상하며 서평단 신청서를.. 2021. 2. 4.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아직' 안 산 책 소개하기. (전부는 아니옵고.. ㅎ 아주 일부만 소개합니다.) 1. 서점일기 _ 숀 비텔 「여름언덕」 원제 : The Diary of a Bookseller 스코틀랜드 구석의 잊혀진 땅, 위그타운. 중고 서점 ‘더 북숍’ 주인장 숀 비텔씨의 회고록. 처음 서점을 인수하게 된 경위부터 운영 중에 만나는 이상요상한 손님들과의 저세상 토크, 그보다 더 이상한 직원들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구해왔다!?)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독서방에 있는 사람들은 길게, 혹은 짧게 '내가 서점을 연다면,' 을 꿈꿔보는데 나도 그 교집합에 있는 일원으로 눈길이 향했던 책. 표지가 묘하게 대학로의 동양서림을 떠오르게 한다. :) 2. 신을 기다리고 있어 _ 하타노 도모미 「문학동네」 원제 : 神さまを待っている 홍보 팸플릿을 받아 몇 장을.. 2021.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