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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우리가 만났던 책들

독서모임 _ 프란츠 카프카 . 선유도 공원

by 이요상 2020. 11. 27.

 

 

20201010,

*우리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선유도 공원에서 돗자리를 펼쳤습니다. :)

 

 

사실 우리가 선유도 공원에서 만나기로 한 지점은 원형 무대였습니다.

 

 

9호선 선유도 역에서 도보로 15분

 

여러 가지 시설물 중에서 비교적 한적하고, 찾기도 쉽다고 생각해서였죠, , , 개미, 바람을 피해 데크로 된 바닥 위가 좀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하지만,

 

상상과 실제는 달랐다.

 

숫기가 없는 우리는 쭈뼛대며 무대 밖으로 나왔고, 무난하고-엉덩이가 아픈- 바로 옆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차마 입성하지 못했던 무대 / 우리가 앉아있던 잔디밭  _ 사진 협찬 : 윤인하님

 

 

 

 

 

,

앞서 선정된 작가가 누구인지 기억하시나요?

 

 

 

 

앞으로 해도 카프카 거꾸로 해도 카프카

 

 

 

1883.7.3 ~ 1924.6.3

국적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바로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입니다.

 

 

 

 

 

사진제공 : 은비님 / 메이님
이요상 본인 / 뉴욕삼부작님

 

1924년에 사망한 그의 저작권은 이미 소멸했고, 국내에서도 수많은 출판사와 번역가의 손에 다양한 판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미림에서도 다양한 출판사의 다양한 번역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3

 

 

 

이 중 모임 참석자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은 카프카의 작품은 '변신' 이었습니다.

 

단편,

도입부부터 이목을 끄는 문장,

'자고 일어나니 벌레가 되었'는 판타지적 설정

 

다양한 소설과 자극적 이야기에 익숙해진 우리들임에도 변신은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재밌었다, 라는 의견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 주인공 이름이 잠자라 읽으면서 (번역에 따라) 매끄럽게 안 읽혔다.

- 집에 세를 놓을 정도면 가난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 몸이 이지경인데 출근 걱정을 한다는 게 말이 됨?

- 이상한 이야기지만 생각할수록 작가가 더 이상 (읭?)

- 바퀴벌레냐 아니냐.

- 결말이 대체 왜 이럼?

 

 

기타 등등의 물음 역시 오갔습니다.

잘 읽히는 이야기라는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사건과 인물들의 반응이 상식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공통된 후기였습니다.

 

- 자고 일어나니 벌레가 됨 - 주인공 반응 : 나 지금 출근해야 하는데 (?)

- 아들이 벌레로 변함 – 엄마 반응 : 감금 뒤 나몰라라 (?!)

 

* 리뷰를 의심하지 마십시오.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십시오.

 

 

재미있게 읽었지만 깊이있게 이해 하기엔 여러 개의 벽 또한 존재했습니다.

대체 왜, 어떤 시대 였기에, 미로를 걷는 듯한 그의 이야기가 탄생한 걸까.

 

지난 모임에서 카뮈의 페스트/이방인을 읽을 당시, 우리는 작가와 글을 이해하기 위해 2차 세계대전이라는 배경과 그 시대적 풍경에 주목하기도 했죠. 하지만 카프카를 이해하기 위해선 배경뿐만 아니라 그의 삶도 들여다 봐야했습니다.

헝가리 계 유대인, 독일어로 쓰인 작품들, 권위적인 아버지와 문학으로의 도피, 사후 출간될 수밖에 없던 원고와, 친구 막스 브로트의 이야기까지.

 

카프카의 성, 소송 등, 장편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는 우리는 아쉬움또한 토로했습니다. 끊임없이 뿌려지지만 회수되지 않는 물음(떡밥)들에 대해, 주변 여성들과 썸만 타고 연결되지 않는 세계관에 대해, 대체 원래 원고는 어땠기에!? (글 중간에 '다음 문장부다 알아볼 수 없다'로 남은 빈 페이지를 만나게 됩니다.)  

장편의 후반부는 미완의 상태였고, 어떤 장면은 이것이 꿈인지, 실제인지를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우리들 중 어떤 이는 그 어두움에, 또 알 수 없음과 이해의 벽 앞에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일부 단편이 담긴 판본보다, 전집을 택한 분들이 더 어려움을 피력했습니다.

 

 

 

 

찰스님을 괴롭혔던 카프카전집 / 사진 : 샐리님

 

 

 

보통의 책들처럼 마지막 마침표까지 작가의 손길과 선택을 거쳐 만난 원고였다면 달랐을까요.

 

카프카는 문학을 향한 갈망과 외롭고 답답했던 삶 속에서 독자를 위한 글이 아닌 자신을 위한 텍스트들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 두서없는 원고는 친구였던 막스를 통해 출간 되었고요.

 

어떤 글은 읽히기 위한 글이 아니었을 것이고,

어떤 페이지는 삭제를 위해 옮겨놓았던 부분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우리는 아쉬움을 나눴지만

가장 아쉬웠던 사람은 카프카 자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마지막 페이지에 미처 쓰지 못했던 결말을 우리는 끝내 알 수 없겠지요.

 

 

 

아쉬움도 궁금증도 많이 오갔지만,

그래도 카프카 덕분에 우리는 많이 알아가고 많이 웃은 시간이었습니다.

 

 

 

 

 

 

* 사진 속 돗자리 : 매우 폭신하고 예쁨, 디디님 협찬 / 사진 : 콩장님

 

 

우리는 시월의 한 가운데서 마지막 소풍을 마주한 기분이었습니다.

바람도 좋았고, 볕도 다정했던 가을,

아쉬움조차 카프카의 작품을 만났다는 기억 앞에선 분명 아무것도 아니게 되겠죠.

 

그리고 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살다보면, 그의 어둠을 이해하는 날들이 오지 않을까요.

(부디, 그렇지 않아도 괜찮은 삶이겠지만요)

 

 

 

 

 + 돌아오는 모임 후기는 음식의 역사와 함께합니다 

* 함께해주신 제티비, 메이, 콩장, 샐리, 디디, 찰스, , 윤인하님. 감사합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