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8년
인류사의 첫번째 SF,
열여덟의 여류 작가가 쓴 괴기소설
FRANKENSTEIN
부제 : 근대의 프로메테우스'The Modern Prometheus'
이 이야기가 가진 수식어와 배경은 아름답고 드물어요.
이곳에서 목민심서가 쓰여지고 있을 때, 바다 건너에서 괴기소설이 탄생했다는 걸 떠올리면, 더 신비로운 일이죠.
하지만 책을 읽기 전 제가 기억하는 프랑켄슈타인은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
목을 관통하는 커다란 나사와 어눌한 목소리.
만화에서는 인간을 초월하는 괴력, 낮은 지능과 제어할 수 없는 식탐을 가진 캐릭터로 등장했었죠.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요,
두치와 뿌꾸 속 괴물 '몬스'는 이름이 있는 반면, 소설 속 괴물은 이름이 없습니다. Frankenstein은 창조자(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이었죠. 게다가 알려진 것과 달리 이 친구는 박사도 아닙니다. 과학에 대한 탐구와 집착이 정말 광적인 대학생이었죠. (왠지 속은 이 기분....... ㄱ-)
하나 더, 이야기의 시작은 어둡고 음습한 고성의 연구실로 부터 출발할 것 같지만, 첫 페이지는 전혀 다른 풍경입니다. 설원을 배경으로 로버트 월튼이라는 제3의 인물이 먼저 등장해요. 그는 북극지방을 향해 배와 선원을 꾸려 여행을 하고 있는 탐험가 입니다. 그리고 그는 친절하게자신이 보고 듣고 만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로 씁니다. (Dear 누나.)
사람 하나 없는 빙하의 풍경,
그곳에서 만난 고립된 남자,
동사 직전의 기묘한 사내.
그가 바로
빅터 프랑켄 슈타인입니다.
액자식 구성인 이 소설은 로버트의 편지를 통해 비하인드를 밝히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침착하고 차분하게,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가족사부터, 그가 과학에 호기심을 갖게 된 계기까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모든 이야기들을 세세하게 들려줍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 수록 단순히 괴기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라 배경과 캐릭터 창조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이야기는 무無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혼돈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 메리 샐리. 작가서문 가운데』
사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을 창조합니다. 흔히 알려진 매드사이언티스트들 처럼 이 업적으로 무언가를 파괴하겠다는 대단한 포부도 없었죠. 그가 원했던 것은 과학의 경지, 성취욕에 가까웠습니다.
때문인지 그는 스스로 창조해 놓고도 그 존재에 대해 책임지지 못합니다. 8피트(2미터 44센티)의 괴물은 그가 감당하기엔 너무 컸고, 그가 창조물을 향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도망'이었죠.
그는 생명체를 버리고 달아난 것도 모자라, 그 모든 게 꿈이기를 바랍니다. 끔찍한 외형의 창조물, 그것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심지어 '내가 만든 생명체가 저렇게 끔찍하게 생겼다니!' 라는 충격에 빠져 앓아눕고 말아요. (이렇게 한심할데가...) 빅터는 결국 연구와 학업까지 미뤄놓고, 고향에 있는 친구까지 소환하기에 이릅니다. 연구에 몰두해 아버지께 편지조차 부치지 못한 게 원인이었죠.
물론 도망을 친 것은 빅터 혼자만은 아니었습니다.
혼자남은 창조물은 빅터의 얇은 외투 한장만 걸친 채 세상 밖으로 떠납니다.
갓 태어난 아이처럼 세상을 배우는 그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보고, 빛과 바람, 풀과 흙냄새조차 신기하고 아름다운것으로 배워나가요, 우리가 당연히 그곳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요, 그리고 창조물은 특히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결말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대로 였습니다.
추한 외모의 창조물, 하지만 사고의 능력은 보통의 인간과 같았고, 이제 그에게 남은 감정은 외로움과 분노 뿐이었죠. 그는 결국 자신을 창조한 신에게 찾아가기로 해요. 연구실에서 입고 나왔던 외투 한장, 그 주머니에 남아 있던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 그곳에서 나의 창조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마주합니다.
『절 이런 식으로 맞이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보기 흉한 것을 싫어합니다. 그러니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끔찍한 몰골의 저는 지탄의 대상일 수밖에 없을 테죠. 당신도 저를 역겨워하며 말을 섞으려 하지 않잖습니까.
- 소설 프랑켄슈타인 중. 』
자신을 외면하는 창조주와 복수심과 외로움에 고통스러워하는 창조물,
창조물은 결국 빅터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복수를 저지르고, 자신을 멈추는 방법으로 또 다른 괴물을 만들어주기를 간청해요. '나와 닮은 여자를 만들어 줄 것, 그리하면 나는 그녀와 함께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세상으로 떠나겠다'고요,
그가 태어나는 순간, 아버지가 곁에 있었다면 결말은 달랐을까요. 그가 아름다운 외모였다면 이야기는 또 다르게 전개 되었을까요.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읽고 해석하는 시선에는 19세기 여류작가라는 배경이 함께합니다. 그녀의 가족사, 그녀의 행보(이혼과 재혼) 등을 이야기 하며 극중 인물들이 맡는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하죠. 하지만 저는 그저, 프랑켄슈타인의 인간적인 고민을 따라가며 읽었습니다. 신의 영역을 침범했지만 무엇도 책임지지 못하는 나약함.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피하는 멍청함. 주변 사람들이 지지해줘야 겨우 일어 설 수 있는 그는, 결국 가까운 사람들을 잃고 나서야 능동적 캐릭터로 변화하죠.
과연 나는 어땠을까요. 우리는 평소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을까요. 내가 저지른 실수를 스스로 바로잡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요. 이랬다 저랬다 하는 빅터는 끝까지 자신의 창조물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그를 끝내 보듬지는 못하지만, 파괴하겠다는 일념으로 끝까지 추격하죠.
그리고......, 그 후에 둘은 어떻게 되냐구요?
독서 후기에 모든 결말을 남기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지만, 세세하게 전부를 남기는 것은 마리셀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후에 이 책을 읽게 될 누군가를 위해 잠시 (아마 영원히) 미뤄두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의 감정은 참으로 변덕스럽소! 게다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삶에 집착하는 우리는 참으로 기이하오!
- 빅터 프랑켄슈타인』
마지막으로 영국의 국립극장에서 공연되었던 연극 프랑켄슈타인입니다.
소설이 빅터, 창조자를 더 중심으로 조명했다면
이 연극은 이름없는 창조물, 괴물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텍스트와 무대 모두 각자 다른 가치에 무게을 두고 감상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름다움과 추함, 완전함과 불온전함, 도전과 책임, 항상 그곳에 있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을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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