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서모임은 카카오 오픈 카톡방에 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지만, 언제든 빠져나가기도 쉬어서 모임을 만든 초창기엔 사람들의 등퇴장에 기뻐하고 슬퍼하고, 나 혼자 요란 법석 삼계탕을 끓였다.
'아무것도 없는 이 독서모임에 사람이 들어왔어!!!'
'오잉! 이번에 바꾼 모임 프로필 사진 덕분인가?!'
'왜 나갔지 ㅠㅜ'
'왜일까, 왜 사람들이 금방 나가는 거야.......'
우린 다양한 사람들을 쉽게 만났지만, 그보다 쉽게 또 이별하곤 했다.
바빠서, 사정이 있어서, 시험 준비로- 라는 사정을 말해주며 나가는 분들은 때로 고맙기도 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미주알고주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다, 혹은 고요히 누군가의 대화를 엿듣다가, 홀연 ○○○님이 나갔습니다. 라는 한 줄의 자취만 남는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남겨져 있어서, 비련의 남주인공처럼 그 이유와 원인을 찾아 반성하기도, 때로는 연구자의 자세를 취하며 그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더랬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제 익숙해진다.
어떤 사람은 통성명을 하기 전에 떠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오래도록 함께 있다 훌쩍 사라지기도 한다.
보고싶어도 소식을 알 수 없어서 때론 슬프지만,
결국 내 잘못도, 우리의 문제도 아니었던 듯 싶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삶이 있고, 모임은 삶에서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어떤 순간엔 기댈 수 있는 조각이기도 하고, 어떤 순간엔 요리 위에 올리는 과일 한조각일지도 모르는,
물론 여기뿐만 아니라 직장도,
학교도 학원도, 마을도 공동체도 그렇겠지.
처음에 나는 회사생활을 시작했을 땐 그 만남들이 어찌나 반가웠던지, - 특히 내 또래를 만났을 때는 더 그랬다 - 그들이 어디 사는 사람인지, 무얼 좋아하는 사람인지 짬짬히 대화를 나누기를 시도하고 즐거워했다. 그들이 자주 가는 맛집을 공유 받기도 하고, 요즘 유행하는 무언가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그런 즐거움을 나눴던 스무 살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절대 영원한 건 없었다. 상사와의 다툼 한번으로, 이사로, 몇 달 전 소개팅을 했다는 상대방의 결혼으로, 그들은 돌아오지 않을 축의금을 챙기고 다른 세계로 훌쩍 떠나곤 했다.
오늘은 두어 달 넘게 아무런 말도 없이 모임방에 계셨던 또다른 두 분과 작별 인사를 했다.
물론 나도, 그분들도 아무런 말은 하지 않았다. 오픈카톡방엔 내보내기 기능이 있고, 클릭 몇번에 모임에 공석이 생겨나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나는 내보내기를 해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바쁘기에 잠시 잊었을 뿐, 언젠가 여유가 되면 다시 돌아올 수 있겠지. 그때가 되면 나는 또 반가워하겠지. 우연한 조우보다 훨씬 더, 당신에게 여유가 생겼음을, 이 작고 복닥복닥한 시끄러운 동그라미를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옴을 반가워 할 것이다.
내일도 독서모임은 계속된다.
책 이야기라는 배경 판 위에
빵 이야기와 떡볶이 레시피를 잔뜩 올리고, 새로 나온 문구와 아이템들, 맛집과 데이트, 날씨와 코로나 등등의 화제를 올리며, ― 특히 우리는 평일 9시부터 6시까지 불타는 대화를 나눈다 ― 뜨겁게 때로는 차갑게, 누군가의 칭찬을 가로채기도 하고, 누군가의 나르시즘에 등짝 스매싱을 하기도 하고, 서로의 힘든 상황에 함께 화를 내주며 오늘도 수다를, 위로를, 그리고 나 여기 하소연 할 곳 있소!하고 작은 울타리가 되어 책 이야기를 한다.
문득, 얼굴을 마주했던 그때가 그립다.
믿기지 않는 전염병의 시대가 끝나고, 곧 마주 할 것이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