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책 이야기

아폴론 저축은행 . 차무진 저 . 요다

이요상 2022. 11. 18. 16:41
 
아폴론 저축은행
한국 장르문학의 리리시즘을 선보이며 선 굵은 장편을 발표해온 차무진이 처음으로 단편집을 펴냈다. 2019년, 팬데믹을 예견이라도 하듯 바이러스로 인한 한반도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린 『인 더 백』으로 각종 언론과 독자의 주목을 이끌었던 그가 ‘라이프 앤드 데스 단편집’이란 부제로 여덟 개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말 그대로 모든 작품에 삶과 죽음이라는 테마가 농도 짙게 담겨 있다. 사찰에 유기된 어린 형제 이야기 「그 봄」, 마포대교 연쇄 자살 사건을 다룬 오컬트 추리소설「마포대교의 노파」, 몰락한 가장이 거머쥔 횡재수 뒤의 비화 「아폴론 저축은행」, 사술사의 희생물이 될 아이를 살리려는 옹기쟁이의 몸부림을 그린 토속적 공포 서사 「상사화당」, 마약떡볶이에 미쳐 돌아가는 중국 진나라 연쇄 살인 사건「서모라의 밤」, 군대 왕따 괴담과 숙박업소 미스터리에 신라시대 전설을 가미한「비형도」, 시신을 싣고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벌어지는 기묘하고 아름다운 서사 「이중 선율」, 한국인의 영원한 순수소설인 황순원의 『소나기』기를 좀비물로 오마주한 「피, 소나기」가 그 작품들이다. 미스터리를 바탕에 두고 스릴러, 추리, 판타지,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 작품들은 생사 앞에 선 인간의 내면을 사려 깊게 주시하는 시선인 동시에, 과감함과 맹렬함으로 극한을 달리는 서사이기에 어른을 위한 장르문학으로 손색이 없다.
저자
차무진
출판
요다
출판일
2022.10.03

 

 

 

 

아폴론 저축은행 / 차무진 지음 「요다」

 

 

 

- YES24 서평단을 통해 읽었습니다.

 

 

 

 

작가의 이름은 생소했다.

언뜻 들었던 트로트가수의 이름 같기도 하고,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이 먼저 떠오르기도 했고,

하지만 나의 무지와 상관 없이 작가 '차무진'은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한 작가였다.

굵직한 장편소설 또한 여러권 출판되었는데 이제껏 모르고 있던 나의 독서를 향한 사랑은 아직 미진한 듯하다.

 

 

 

책 소개 페이지에는 그 팬들이 기대평을 올려놓기도 했고,

야무진 저 소개 카드들에 매료되어, 올 가을은 선뜻 서평단에 신청했다.

 

 

 

한국 작가의 단편소설집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단편집을 만나본 건 이미 오래전이다.

보통은 감정선이나, 자신의 하루에 연연하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기도 하고,

상상력만 과한 나머지 이야기적 매듭이 약한 작품을 만날때도 있다.

 

 

아폴론 저축은행은 이런 아쉬움을 느껴왔던 독자에게 매력적인 소설이다.

 

이야기들 하나하나는 시작부터 끝까지,

작가가 마지막 장면을 확정한 뒤 집필했다고 생각할 만큼 섬세하다.

매듭짓지 않은 구성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편만으로 불완전하다고 느끼는 엔딩도, 다 읽고 나서 '이게 끝이야?' 라는 의심도 들지 않는다.

다만 읽은 뒤 천천히 표지를 다시 확인하게 만들 뿐이다.

 

'라이프 앤드 데스' 단편집

Life and death short stories.

 

여기서 앤드가 END란 의심이 문득 들어, 다시 표지를 확인하게 되는 일 말이다.

 

 

 

 

-

 

 

 

 

사실

하나의 단편을 읽고 난 뒤, 곧 다 읽겠구나.

후기를 금방 남길 줄 알았으나..., 완독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

 

잘 쓰여진 소설이란 것과 상관없이,

작품은 무겁다.

 

책의 두께가 아닌, 이야기가 가진 감정이 그렇다.

 

 

작가는 우리를 주인공의 사정에 몰입하게 만든 뒤

사랑, 역사, 슬픔, 배신과 그림움이 뒤섞인 이야기 속으로 가차없이 몰아 넣는다.

하나의 단편을 읽고나면, 그래서? 그래서? 라고 가차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호시 신이치의 작품과도,

다음엔 어떤 세계를 보여줄까 기대되는 김초엽의 작품과도 다르다.

 

작가만의 특색이자 파워겠지만,

특유의 어두운 엔딩이 기다리고 있는 몇개의 단편들은,

새콤달콤한 단편집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식상한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것을 원한다면, 혹은

불편한 편의점의 해피한 전개가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던 독자라면, 요 책은 好호의 세계에서 안전하게 손짓하고 있으니 과감하게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 또하나.

 

보통의 단편집은 가장 잘 쓴 단편을 앞에 배치하는 것과 반대로,

차무진의 소설집은 오히려 뒤로 갈 수록 더 참신한 느낌이었다.

 

개인의 호불호 일 수도 있겠지만,

앞의 이야기는 도시전설의 복기 같은 느낌도 있어, 나는 나중에 나오는 소설들에 더 매력을 느꼈다.

 

+ 넷플릭스의 (기예르모 델토로의) 호기심의 방을

한국판 단편소설집으로 읽은 느낌도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