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우리가 만났던 책들

잠깐, 저 6월의 책 이야기를 남기지 않았네요.

이요상 2022. 9. 17. 15:34

다른 달보다도 유월은 한글로 그 이름을 부를 때 더 설레는 것 같아요. :)

여름의 초입이었던 그때, 우리는 모여 '한국 스릴러'를 읽어보자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한달의 읽기 시간을 가진 뒤

 

모임은 7월 10일 일요일

이수역의 엘리씨커피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선정도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7년의 밤 . 정유정 저 _ 은행나무
저주토끼 . 정보라 _ 아작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_ 복복서가

 

 

스릴러는 가장 대중적으로 보이면서도, 마이너한 장르가 아닌가 싶습니다.

책을 추천하고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작품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선정된 책들은 (어찌보면 다시 그) 작품이었습니다.

 

익숙하고 많이 들어본 작품들이죠.

7년의 밤이 2011년 작, 살인자의 기억법이 (문학동네 출판당시) 2013년 작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체 언제 확장팩을 보급해 주려나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합니다.

 

새롭게 얼굴을 보인 작품은 '저주토끼'입니다.

이번 독서모임에서도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 호불호가 많이 나뉘기도 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세 소설의 결을 이야기 하며, 호러/스릴러/추리 장르에 관한 구분도 화두에 오르기도 했죠.

 

저주토끼에 관해서는 문장의 아쉬움.

이야기 구성의 익숙함 (어린시절 읽었던 공포물의 전개와 결을 같이 한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불고하고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그 특유의 작가 능력에 대해서는 감탄과 탄식을 통시에 내뱉었던 것 같습니다.

 

살인자의 기억법과 7년의 밤에 대해선 영화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두가지 모두 영상화의 벽을 넘을 정도로 인물적 매력과 구성이 촘촘했던 점을 매력으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종이책을 읽으며

우리가 머릿속에 그렸던 그 장면들은 영화가 보여주기에는 부족하지 않았을까 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특히 7년의 밤은 기묘하게도 함께 읽은 분들이 각자 두려워하는 장면를 각자 다르게 짚어냈지요.

작가는 그 특유의 묘사를 무기로 들고나와 우리의 뇌에 각인 되어 있던 안개속 공포들을 조금씩 자극했습니다.

그리고 각자가 두려워하는 것, 각자가 상상하는 안개의 깊이감은 서로가 달라, 같은 책을 읽고도 다른 무게감을 느끼는 것이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살인자의 기억법은 역시 모호한 결말과,

그것 역시 매력이다. + 김영하의 문장은 옳다 라는 결론으로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드레스코드는 블랙이었지만, 분명 그날의 모임은 유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의 무게에도 불고하고, 이야기를 마친 우리는 너무도 즐겁게 야외를 거닐었으니까요.

 

스릴러가 즐거운 것은, 어디까지나 허구이기에 가능한 이야기겠지요.

 

+ 다시보니 살인자의 기억법은 역시 구간의 표지가 예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