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책 이야기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이요상 2022. 8. 5. 14:59

<예스24 서평단으로 선정된 도서입니다.>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_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닐 올리버 저/이진옥 역 | 윌북(willbook) | 2022년 07월 25일 | 원서 : Wisdom of the Ancients

 

 

 

서평단으로 받으면, 여러 가지 느낌이 교차한다.

어느 책이나 장점과 단점은 함께 있는데 한쪽에 치우치는 나를 마주하기도 하고,

책을 이야기가 아닌, 평가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선 역시 있다.

 

 

이 책 역시 두가지 기분을 느끼며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괜찮았다.

하지만 아쉬움 역시 있다.

 

이 아쉬움은 누군가에겐 큰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내가 괜찮다고 느낀 지점들은 누군가에겐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우선, 첫번째 평을 하자면,

부제가 책 표지와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X

'인간성의 위로를 찾아가는 힐링 수업' O

이 더 어울리는 부제이지 않았을까.

 

 

책의 문장들은 온유하고 부드럽다.

어떤 페이지들은 이곳에 옮기는 것만으로 하나의 시 같고 풍경 같은 묘사들도 있다.

 

딱딱하고 전투적인 역사책들이 당신을 주춤거리게 했다면, 이녀석은 충분히 부드럽게, 당신을 독서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안을 들여다보자.

산과 계곡, 너른 강과 깊은 호수, 캄캄한 동굴과 깎아지른 절벽, 높다란 폭포와 오래된 나무들은 그대로지만, 노래가 사라졌기에 우리는 한때 알았던 것을 더는 알지 못한다. 이제는 연대표 위에 적힌 무미건조한 사실과 모든 걸 가장 작은 입자로 쪼개고 분석하는 과학이 노래를 대신한다. - p.078

과거 동굴 벽 등에 새겨져 있던 기하학적인 암각화들,

그것을 이제는 해석할 수 없는 우리의 아쉬움에 관한 이야기의 일부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이와 비슷한 템포로 흘러간다.

어떤 사건이나, 그 사건으로 인한 파장, 갈등, 결과 보다는

발견된 발자국 화석, 그곳에서 엿볼 수 있는 인간성, 지금과 비슷한, 그래서 애틋한 가족의 모습 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역사이야기를 기대하고 탐구적 자세로 책을 펼쳐 들었던 나에게는 낭패감이 들기도 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파편적으로만 등장하고,

그것이 주요한 사건이 아닌,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되고 마는 챕터도 중간중간 등장한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닌, 편지처럼 느껴졌다.

인간 존재에 회의적인, 혹은 우리 본성에 실망한 나에게 보내는 위로의 편지.

 

늦은 밤. 잠이 오지 않을 때,

한 챕터 한 챕터, 위로를 받기 위해 찾게 되는,

 

예스24에서는 이 책을 역사와 문화 교양서에 분류했지만,

이것은 지식을 향유하기 위한 교양보다는

에세이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내용 전체가 그렇다고 역사를 내다 버렸냐. 하면 그것은 절대 아니다.

책은 각 챕터마다 고인류 화석의 보고인 올두바이 협곡,

암각화 유적지인 랭데일 바위 등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고고학의 루트를 올곧게 안내한다.

고고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꽤 좋은 에세이가 되지 않을까.

 

 

한줄평 > 고고학자가 늦은 밤 보내는 당신을 향한 위로 편지 :)

 

 

 

도대체 인간들 왜 이러나.

어쩌자고 이렇게들 살고 있나.

이러다 다 같이 서로 찔러 죽이고 다 끝나는 거 아니야, 싶은 밤.

머리맡에 책을 위한 받침대가 준비되어 있다면,

이것은 당신을 위한 충분한 독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