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책 이야기

차 한 잔 . A Cup of Tea, 캐서린 맨스필드 단편선 / 코호북스

이요상 2022. 5. 24. 22:42

- 예스24 서평단으로 받은 책입니다. -

차 한 잔 . A Cup of Tea, 캐서린 맨스필드 단편선 / 코호북스

 

 

 

처음 이 책이 담긴 소포를 받아들었을 때,

내용물이 무엇일지, 내것이 맞는지를 잠시 고민했다.

 

 

노란색 봉투를 가지고 온 사람은 우체부 아저씨였고, 봉투의 발신 주소에는 '홍천'이라는 익숙하고도 낯선 장소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펴낸 곳의 이름은 '코호 북스' .

추리소설, 혹은 세균학 관련 책을 낼 것만 같은 생경한 출판사,

하지만 이곳에서는 분명 내가 신청한 책을 보내왔다.

 

 

 

 

책 제목의 위 아래로 장식된 ♡ 하트.

받아드는 순간, 제비꽃 설탕절임 같은 느낌.

 

 

책을 읽기 전  들었던 느낌은, 예쁜 찻잔에 홍차 한잔과 크렌베리가 박힌 스콘과 함께 해야할 것 같다는 예상이었다.

표지가 주는 부드럽고 익숙한 질감도 그런 기대를 부추겼고,

책을 펴낸 사람들은 파주도 아니고, 합정도 아니고, 홍천군 두촌면이란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다니.... 뭐랄까, 베스트 셀러보다는, 선물같은 것을 편집해주지지 않았을까. :)

 

 

 

 

하지만,

다정한 표지와 달리, 독자가 된 뒤에 받은 느낌은, 예상과는 다른 부류의 것이었다.

1900년 초반, 캐서린 맨스필드라는 작가가 낸 단편선을 엮은 소설집.

 

 

오밀조밀하고 디테일한 묘사와, 예쁘게 배열된 배경과 인물들,

읽는 내내 그 세계의 풍경을 그대로 상상할 수 있는 작가의 필력은, 출판사가 홍보 처럼 강렬하게 빛을 발한다.

 

묘사뿐만 아니라 평범함 뒤에 특별함을 감춘 인물들 역시도, 담담함과 거리를 두고 온통 감정을 쏟아내며 이야길 들려준다. 물론 욕을 하거나 언성을 높이거나, 웃거나 춤을 추지도 않지만, 겉으로는 고요하게 입을 다물고, 온통 감정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간다. (이상한 설명이지만, 정말 그렇다. !)

 

 

좀 더 쉽게,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받는 느낌을 소개한다면 무엇과 비슷할까.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프란츠 카프카의 '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의 족속'

 

혹은 기예르모 델 토로를 떠올리게 하는 예쁘고 기묘한 묘사?

동시대, 혹은 그 시대 어귀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들과는 결코 같지 않았다. 소설과 시, 에세이와 고백의 중간 경계 어딘가를 걷고 있는 느낌.

 

읽는 사람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것또한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표지와 제목만으로 내가 무턱대고 예상했던,

홍차와 스콘이 함께 해야할 것 같던 그 느낌 보다는,

 

밤의 안개가 남아있는 아침시간,

법랑 머그컵에 손으로 내린 커피 한잔이 더 어울리는 책이었다.

1900년대,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시선, 아이와 남편이 온통 삶의 전부였던, 가식과 허울이 감싸고 있는 삶이 주는 슬픔.

지금과 다르지 않은 감정과 그와 대비되는 너무도 다른 풍경,

읽는 순간 우리는 벨벳 드레스와 검은리놀륨 테이블, 장미 꽃잎이 수놓인 분수대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가볍지 않게

너무도 다른 방식으로, 

시대를 여행하고, 인물에 녹아드는 경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