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책 이야기

나는 휴먼 _ 장애운동가 주디스 휴먼 자서전 . 사계절 출판

이요상 2022. 4. 20. 20:36

 

받아드는 순간 그런 느낌이 드는 책이 있다.

매섭게 감정을 파고들 것 같은 예감이 드는,

 

 

 

 

 

파란색의 활자는 빛에 따라 깊이를 달리했다.

 

낮에 바라보면 하늘과 비슷한 색을 내다가도

밤의 전등 밑에서는 심해와 같은 색을 냈다.

 

 

 

책의 첫장은 플라타너스가 펼쳐진 50년대의 미국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헬프,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게 하는 배경.

 

그 햇빛이 따뜻한 브루클린은

소녀가 탄 휠체어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만큼 풋풋한 느낌으로 시작한다.

일어설 수 없어 벨을 누를 수 없는 소녀가

친구와 놀기위해 문앞에 앉아 있는 힘껏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

15분 거리의 학교를 가기위해 1시간 전부터 출발해야하는 장면들까지.

 

평온한 기다림과 인내는 너무도 당연하게 그자리에 있어 아득해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어찌보면 2022년의 한국과 다름 없는 장면이었다.

장애인의 존재에 대한 인시도, 그들을 향한 배려까지도.

 

 

하지만, 이 책이 감정에 호소하는 것은 1953년 뉴욕 브루클린 까지였다.

저자인 주디스 휴먼이 성인이 되는 순간, 이 한권의 책은 감정이 아닌

번뜩이는 이성이 지배하는 싸움의 기록물이 된다.

 

당연하게도, 너무도 당연하게도,

 

휠체어, 소아마비, 장애라는 단어들은 그녀를 싸우게 만들고, 투쟁하게 만든다.

시위현장에 관한 이야기는 찰나일뿐, 그녀가 어떻게 사람들과 조직하고, 법을 들여다보고 미디어의 도움을 받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세상을 바꾸려는 싸움은 지난하고 길었다.

영화처럼 결정적인 반전도, 히어로가 나타나 세상을 바꾸는 허구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1970년대, 80년대를 살아온 지체장애인의 자서전.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오늘의 한국과 맞닿아 있어

읽는 내내 기이하다는 느낌이 드는 시간이었다.

 

 

 

 

+ 읽으면서 든 생각중에 하나는, 역시 현재 전장연들이 하는 시위에 관한 생각이었다.

 

오늘도 들려오는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재개.

어째서 이 시위를 오직 장애인들 홀로 맞서 싸워야 할까.

주디스 휴먼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2차대전으로 장애인이 된 참전용사들도 함께였다.

그들은 기꺼이 장애인들을 위해 나섰고, 세상을 바꾸는데 목소리를 냈다

 

 

+ 1947년 생인 주디스 휴먼의 목소리는 너무도 익숙하고, 너무도 가까워 슬픈 독서였다.

대한민국에서는 그들이 힘들게 얻어낸 지하철 승강기를 타고 있는 것은

수많은 노인들과 유모차를 끌고 있는 엄마들이 함께일텐데, 더 넓은 사회적 공감대가 그들에게 함께 하기를 바란다.

 

 

 

 

책을 덮는 순간 그런 느낌이 드는 책이 있다.

둔탁하게 그리고 묵직하게

이성의 벽을 두드려 여는 듯한 느낌

 

BEING HEUM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