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우리가 만났던 책들

2월의 독서모임_ 금단의 사랑/ 단순한 열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연인

이요상 2022. 3. 28. 23:02

맞아요.
우리는 아주 서툰 독서가들이죠.

한 달에 한 권씩 읽자고 말해놓고,
금방 키보드 앞에 앉으면 오늘 먹었던 맛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야채 튀김, 쭈꾸미와 떡볶이, 제육볶음과 국밥, 푹 익은 총각김치와 콩밥,
그 사진들 아래 얼마나 많은 이모티콘을 보냈던가요……. :)

 


그래도 다들 잘 먹고, 잘 지내고 계시죠?

 


가끔 아프고, 자주 화를 내지만,
오늘 겪었던 직장생활과 기쁨, 치사함과 슬픔 같은 것들을 토로하며 우리, 잘 버티고 있어요.

 


우리는 사실, 아주 자주,
독서에 대해 뒷전이곤 해요,

사람이란 게 그쵸? 먹고 사는 일에 진심이어야죠.

 

 

 


그래도 우리 참, 지난달엔 진지하게 책을 추천했었는데, 기억하세요?

 

 

그리하여 선정된 주제

'금단의 사랑'입니다.

 


[ 금단 (禁斷)
  1. 어떤 행위를 못하도록 금함.
  2. 어떤 구역에 드나들지 못하도록 막음.  ]


이 책, 저 책, 자주 추천하는 우리지만, 그동안 로맨스 소설은 미지근했었잖아요.
그런데도 어째서 이 주제 앞에서는 꽤 진지하게 책을 추천했던 것 같아요.


 

 

 


처음 이야기가 나왔던 책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였어요.

 


그래도 소심쟁이었던 우리는 ‘이건 금단이 아니라 범죄 아니냐’ 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책으로 결정을 미뤘더랬지요.

 


그 외에 어떤 책들이 이야기 되었던가요.
콜미바이유어네임 / 테레즈 라캥 / 노르웨이의 숲 / 캐롤 / 벙어리 삼룡이 까지,
다양한 책들을 추천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에 선정된 책들은......,

브람스를좋아하세요... _ 프랑수아즈 사강 「문학동네」, 외 범우사, 민음사 번역

 

 

 

 

 

 

단순한 열정 _ 아니 에르노 「문학동네」

 

 

 

 

 

연인 _ 마그리트 뒤라스 「민음사」

 

 

 

이렇게 세권이 선정되었어요.

 


560쪽의 롤리타가 아닌, 100쪽 내외의 세 권이네요 ㅎ

덕분에 전부를 읽고 오신 분들도 계셨는데, 이렇게 책이 선정된 것은 우연일 거예요. :)

 

 

 

 

 

 

간략히 모임에서 오간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모은 것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였어요.
스물 다섯살의 청년인 시몽, 서른아홉의 폴, 그리고 폴의 오랜 연인 로제,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에, 우리는 그녀의 선택이 옳았을까. 나빴을까. 나였다면, 당신이었다면, 그리고 누가 가장 비겁했는지에 대해 열렬히 이야기했죠.

 

 


단순한 열정은 그 외설스러움과, 공감할 수 없음.  
반대로 너무 뻔한 이야기였다거나 지루했다 라는 극명한 평들이 엇갈렸어요.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 누군가는 공감을, 다시 누군가는 비판을, 멈추지 않고 감상을 주고 받았더랬죠.

 


마지막 연인은 우리 모두를 꽤 기대하게 만든 책이었어요.
최근 뒤라스와 관련된 신간들이 연이어 등장하기도 했고, 이미 만들어진 영화가 있다는 사실은 꽤 좋은 서사를 가진 작품임을 반증하잖아요.

하지만 프랑스령 베트남. 그 뜨거운 햇살과 메콩강을 배경으로 들려주는 장면, 그 풍경은 아름다웠으나, 그 마음을 모두다 알고 싶진 않았다.로 묘하게 마무리가 되었어요. 

 

 

영화 연인 中


금단은 무엇이었을까요.

우리가 오래도록 금지 되었다 믿었던 것들은, 정말 빛이 바랜 도덕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지금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잣대들이, 나중에는 희미한 흔적만 남은 과거의 것이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모양이 되는 물과 같을지도 모르겠어요.

 

나의 그릇은 동그래서,

당신의 그릇은 오목해서,

누군가의 그릇은 반듯해서,

 

나에게는 옳은 것이 당신에겐 아닐 수도, 당신에게 옳은 것이 나에겐 아닐 수도요.

 

 

 

봄의 초입에서, 뜨거운 이야기를 읽으려던 우리는
가장 침전하는 책들을 골랐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결국엔,

사랑이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지나간 모임 이야기를 하며, 뜨끔, 내가 한쪽 눈을 감고 읽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올해는 꼭, 당신에게도 사랑이 찾아오기를,

지금 곁에 있다면 앞으로도 온전히 따뜻하기를 응원해봅니다.

 

 

 

 

 

 

2022.02.28 모임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