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책 이야기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이요상 2021. 8. 30. 16:50


SNS에서 익히 들어서 알았어요. 뉴스는 아니고요 :)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읽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아주 잘 썼다고 하긴 아리송한 경계의 텍스트입니다.

예쁜 문장도, 날렵한 문장도 아니고,
음, 동서남북 중에는 담백한 쪽이라고 해야 할까요.

 


but. 글쓴이는 소설가도 시인도 아닌 직장인이잖아요.
기승전결도 예쁘게 다듬었고, 챕터마다 겹치는 내용도 없었어요.
같은 직장인으로서 퇴근 후에 앉아서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였을 모습을 생각하면 '-'! 

그저 잘 썼다는 감탄이 먼저 나옵니다. ㅎ

 

퇴근 후 글쓰는 누군가를 저는 매우 동경하면서 읽었고요, + 무엇보다 책장이 잘 넘어갑니다.

 

 


동성애자의 연애 이야기를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만나는 건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거기에 결혼식 과정이라니, 모르고도 일부는 궁금한 이야기였죠.

하지만, (전자책 기준) 47%를 넘어가자;;; 슬슬 지루해집니다. '남녀' 의 관계가 '여여'로 바뀌었을 뿐 예식 자체는 여느 부부의 결혼 준비과정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거든요.
부모님께 인사를 가면서 선물을 사는 과정, 예식장을 알아보는 과정 등등은 세부적으로는 다르지만, 큰 맥락에서는 결혼 유경험자들에게 들은 그 이야기와 전혀 다르지 않았어요. + 저도 최근 결혼을 준비하며 거친 거의 비슷한 과정이라는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소재가 소재인 바,
읽으면서 제 가치관의 요철을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그들에게 가졌던 의문 중에는
왜들 그렇게 커밍아웃에 목숨 거는가?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생각을 바꿔서

우리가 흔히 떠는 보통의 언어가 왜 그들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가로 질문을 바꾸고나니, 참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거죠.

 

 

ex.

 

'난 비건이야.'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어. 대하축제는 못가.'

'개 공포증이 있어.'

'평발이라 오래 못걸어. 택시타자.'

'몸에 안좋은 건 알지만 하루에 두갑은 기본이지. 나에게 금연을 권하지마.'
'종교는 불교였으면 좋겠고, 남자였으면 좋겠어,'
'독서를 좋아하는 여자였으면 좋겠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 혹은 소개팅 상대를 찾아 나설 때, 회식자리에서 담소를 나눌 때,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 나를 소개할 때,

내 취향, 나의 호불호를 알리는 것은 일상에 있어서 당연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듣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다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나의 일상을 그들에게 특별한 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차별이죠, 암요. 

 

 





성인이 된 세사람중 한사람은 독신의 길을 걷기도 하고
결혼하는 두 커플 중 한 커플은 이혼을 하는 오늘,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통치가 임한다는 제정일치 같은 소리를 하고,
표현의 자유를 핑계로 타인을 공격하는 것이 허용되는 아이러니.

그리고

이런 나라에서

이만큼의 용기를 냈다고,
그럼에도 두렵다고,
그래도 보통의 권리를 지키고 싶다고,

목소리를 내준 작가가 저는 좀 놀랍고 또 대단하다 생각하며 읽었어요.

표지가 가벼워 보인다고요? 글쎄요,

이 글을 쓴, 혹은 읽는, 소수의 사람들

그 마음의 무게를, 우리는 얼마나 가늠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