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책 이야기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 이길보라 / 문학동네

이요상 2021. 5. 10. 23:28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기억한다.

 

 

다큐멘터리, 한국, 2015년 개봉, 이길보라 감독

 

 

 

나와 다를 것으로 생각했던 편견이 무너지고, 어느 부분은 부족할 것이라고 짐작했던 공백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던 '청각 장애인'의 세계.

 

다큐멘터리 감독 이길보라는 그들의 딸로, 그들과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코다,

그리고 다시 영화의 감독으로 앵글을 잡았다.

어릴 때부터 부모를 대신해 부동산과 통화를 하고, 어려운 문장을 말하고 다시 수어로 번역을 해야 했던 경험들, 아이는 빨리 어른이 되었고, 또래보다 더 먼저 정규 교육과정을 떠나 세상으로.

길로 떠났다.

 

 

 

독립영화감독.

탈학교청소년, 홈스쿨러,

미성년 시기에 홀로 훌쩍 떠난 아시아 8개국 여행.

 

대단한 사람인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에세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군산으로 떠났던 여행길에 훌쩍 집어 들었으나;;  펼치는데는 몇개월이 걸렸다.

 

 

 

 

「고등학교 때였나. 한 언니가 물었다.

"너는 부모님이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항상 자신감이 넘쳐? 왜 다 해보는 거야 무작정?

답은 단순했다. 하고 싶으니까. -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中」

 

 

 

 

 

이길보라는 나에게 무언가를 깨주는 사람임이 분명했다.

강한 사람, 나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 그래서 도전하고 성공하는 사람.

 

맞다 그런 것 중 일부는 맞지만, 책을 읽은 나에게 나머지는 틀린 선입견에 불과했다.

그녀는 작고 어린 아시안 여성이었고,

나와 똑같이 걱정이 많았고, 누군가는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것들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시 또 많은 것들을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서툰 영어 실력임에도 그녀는 힘껏 준비해 가고, 힘껏 준비했음에도 잘하지 못하기도 하고,

그런 그녀의 이야기들은 읽는 내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그녀의 배움을 응원하게 하였다.

 

 

 

 

 

 

작가는 영화 학교에 다니며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주목받았던 자신의 개성이, 그곳에선 평범해지는 마법을 체험한 것이다.

코다라는 태생, 탈학교 청소년,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

그 특별함이 여러 명의 영화감독 앞에서는 평범함의 범주의 한 꼭지로 편입되는 일화는 예상치 못한 전개였고, 뒤로 갈 수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엔 없었다.

 

나는 어떨까.

만약에 내가 가진 특성들이 하루아침에 평범한 것으로 변한다면 난 어떻게 행동할까.

그 안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고, 그것만으로 다시 나라는 개성을 찾을 수 있을까.

 

그녀와 나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열정이겠지.

무엇보다도 그것.

 

 

 

 

서울에서 예민한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던 그녀는

네덜란드에서 그것을 훌훌 벗어던지기도 했다.

- 어린 시절을 고요 속에 살았던 작가는 서울에 사는 동안 소음에 민감하고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었다. -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는 달랐다. 사람들은 줄을 설 때도 개인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았고, 모두가 모여있는 공간에서는 상대를 배려할 줄 알았다.

 

이 세계에서 Nomal인 것이 어느 세계에선 그렇지 않을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밤공기가 차지 않구나, 를 알았던 오늘 밤.

같이 일하던 사람이 다짜고짜 내일부터 안나오겠다고 카톡으로 메시지를 통보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해보자 마음을 먹고 나니

 

이상하게 지난달 만났던 이 책이 생각나,

뒤늦은 후기를 올린다.

 

 

 

때때로 이기적이어도, 삶은 괜찮다.

 

 

 

*코다 _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건청인